중국 웹사이트들의 특징을 몇 가지 꼽아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은 전에도 언급했듯이 중국의 열악하다고 말할만큼 느린 네트웍 속도에서 기인합니다. 새 페이지가 뜨는 동안, 이전 페이지를 보고 있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셈이죠. 현재는 느려도 굳이 새창으로 열 필요까지는 있을까 싶은 정도의 속도이기는 하지만 이미 중국 인터넷 사용자의 습관으로 굳어져버려서인지 아직도 많은 사이트들의 웹페이지는 새창으로 열립니다. (요즘에 새로 오픈하는 사이트들은 현재창에서 열리는 것들도 있기는 합니다.)
텍스트밀도가 높은 것은 언어적인 특성도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어는 정사각형에 가득차도록 고안된 문자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한글도 정사각형에 채워서 쓰는 글자이기는 합니다만, 한글과 중국어 한자를 비교해본다면 한글이 보다 여백이 많아서 형태적으로 인지하기가 용이합니다. (여백에 의해 시선이 들쑥날쑥하면서 글자간의 변별이된다는 얘기) 또한 중국어는 단자가 비교적 많은 획수를 가지고 있어서 많이 복잡해보입니다. 글자간의 변별이 잘되는 정도의 사이즈는 14pt로 한글이 12pt이 필요한데 비해 상대적으로 큽니다. 실제로 많은 중국사이트들이 14pt를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이보다 작은 사이즈를 사용하는 경우 중국인사용자들은 글자가 작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페이지들이 새창으로 열리는 첫번째 특징을 제외하면 나머지 세가지 특징은 모두 "많은 것을 선호하는 중국인의 기호 혹은 성향"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얘기해서 "다다익선"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일부 문화적인 특성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례 1. 일단 스케일로 승부
중국의 고대와 현대의 건축물을 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를 자랑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일단
자금성도 한 번 들어가면 2~3시간은
걸어야만 나올 수 있는 사이즈를 자랑합니다.
이화원이라는 연못은 인공연못인데 연못이라기 보다는 거대한 호수에 가깝습니다. (끝이
안보인답니다.) 땅을 파서 연못을 만들고 그 흙을 연못 옆에 쌓아서 산을 만드는 수준입니다. 진시황제릉도 규모가 상당하죠.
현대적인 건물들도 거대한 사이즈들이 많습니다. 2008년 올림픽 즈음에 오픈한
CCTV(중국국영방송)의 사옥이나 상해에 있는
동방명주,
100층 규모의 진마오타워도 그 규모를 자랑하죠. 물론 우리나라도 63빌딩도 있고 인천공항도 있습니다만, 요지는
중국인은 큰 사이즈를 하나의 미덕 혹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러한 것들은 예로부터 넓은
영토에서 다양한 민족(중국은 소수민족도 많고, 지방마다 특색이 정말 다양합니다)을 하나의 정부가 통치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위용을
보여줄 필요도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드네요. 물론 많은 인구를 먹여살리기 위해서 거대한 노동집약적인 사업이 필요했을지도 모르죠.
사례 2. 손님접대를 위해서는 버리더라도 많은 음식을 준비
중국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남기더라도 맛보고 싶은 음식을 모두 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로 짝수로 음식을 주문하는데,
4/6/8/10개의 음식을 주문합니다. 3~4명이 함께 식사를 하는 경우 4개보다는 6개를 주문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네요.
현재 중국정부에서는 남는 음식을 처리하는 부분에 있어서 많은 예산을 사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식당에서 남은 음식을 손님에게
싸주도록 장려하고 있습니다.
또, 가정집에 초대를 받은 경우에는 손님이 손사래를 칠 정도로 많은 음식을 준비하곤 합니다. 밥도 많이 준답니다. ^^; 손님이
밥공기를 모두 비운 경우, 주인은 손님이 많이 시장하거나 뭔가가 부족하다 생각합니다. 밥을 모두 비우는 건 살짝 결례입니다.
배부르게 잘 먹었다는 것을 표현하려면 살짝 밥을 남기는 것이 센스입니다. 한때 (80년대?) 우리나라에서는 밥공기에 밥알하나
없이 깨끗하게 먹는 것이 미덕인 때가 있었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재미있는 비교거리가 되겠네요. (지저분하게 먹으면 흔히
'복달아난다~'고 했었죠.)
* 첨언: 대만직원은 경제의 발전 단계에 있어서 중국은 현재 "풍요롭게 발전했음을 보여주는/자랑하는 단계"가 아니냐는 의견을 개진하더군요. 일부 동의하는 부분도 있습니다만... ^^;
사례 3. 정리된 것보다는 다소 널려있는 것을 선호
중국 경제도 외부 세계에 오픈되면서 많은 외국의 자본과 기업들이 앞다투어 중국시장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Wall Mart가
중국에 처음 중국에 들어왔을 때 많은 중국인의 이목을 끌었지만, 시장에서 바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서구의 마트는 대개
창고식으로 상품을 배열하고, 잘짜여진 틀과 동선을 고려하여 상품을 배치합니다. 하지만 중국사람들은 이러한 것들이 너무나 생소했고
뭔가 없는 듯한 인상을 받았나 봅니다. 이후 Wall Mart는 리서치를 통해서 이러한 사실을 발견했고, 일부로 상품을
늘어놓거나 한곳에 쌓아놓고 판매하는 방식의 진열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고 하네요. 현재도 중국의 마트들에
가보면 본래 각 기업의 본래 스타일과는 다른 적당히 난잡한(?)스타일의 중국식 진열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본계인 Ito
Yokado 또한 마구마구 늘어놔서 한 번 스윽 훑어보면 대충 뭐가 있는지 알 수 있고(목적을 가지고 물건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만), 한쪽에는 상품들이 쌓여 있어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위의 사례들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문화적인 특성은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겠네요.
- 내가 원하는 것은 바로 할 수 있어야 한다.
- 많은 것이 미덕이다. 실제로 적더라도 많아 보이는 것이 좋다.
- 내가 안쓰더라도 많은 게 좋다.
이러한 특성이 인터넷에도 그대로 녹아있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그 예를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인터넷 사례 1. 시나닷컴과 야후 차이나
시나닷컴의 홈페이지 길이는 올해 개편되기 전의 네이버 홈페이지 길이와 비교하면 7배 이상의 길이를 자랑합니다. 중국정부는 현재도 모든
정보를 통제하고 있으며, 인터넷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중국인들은 정보가 결핍되는 상황에 대한 일종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정보를 원한다고 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실제로 사용자조사에서 짧은 길이의 메인페이지(물론 자주 쓰는 기능이나
중요한 컨텐츠들은 모두 홈페이지에 담아놓은 디자인)에 대해서 사용자들은 "뭔가 부족하다" 혹은 "별로 매력적이지 못하다"라는
의견을 내놓곤 합니다.
야후 차이나의 경우에는, 글로벌 가이드에 준해서 개편한 이후에는 서서히 길어지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글로벌 회사로써 동일한 브랜드 메시지와 좋은 사용자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최소한 개편을 담당하는 헤드쿼터에서 보기에는) 동일한 디자인과 동일한 페이지길이를 가지도록 설계되었다가, 점차 중국 현지의 사용자의 입맛에 맞도록 길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중국인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긴 페이지를 슬렁슬렁 스크롤해가면서 쓴다"고는 하는데 실제로 페이지 맨
하단까지 스크롤해서 쓰는 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현재까지는 없습니다. 일단 실제로 자신이 쓰던 안쓰던 페이지가 짧은
홈페이지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 중국인 사용자 다수의 의견입니다.
인터넷 사례 2. 중국인 대상의 아이트래킹 결과
KAIST의 Dong Ying이 진행한 한국인, 미국인, 중국인의 웹사이트 사용행태를 비교한 아이트래킹에서는, 중국인들의 경우
메뉴를 사용해 자신이 원하는 정보에 최단거리로 접근하기 보다는 페이지의 여기저기를 전체적으로 훑어보는 경향이 있다고 하네요.
뭐랄까 목적지향적이라기보다는 두루두루 둘러보는 성향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중국인터넷 전반적으로 정보의
제공보다는 엔터테인먼트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용행태가 나타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Dong Ying의
리서치에서는 동서양의 다른 문화적인 차이라고 기술하고 있음 - 동양인은 요소간의 관계에도 집중하는 특성이 있다고 기술)
물론, 요즘의 중국웹사이트들은 서양의 것들과 많이 닮아 있는 것들도 많습니다만, 현재까지는 많은 웹사이트의 페이지가 한국에
비해서 많이 긴 편입니다. 바이두가 구글과 같이 홈페이지는 짧지만, 바이두의 MP3검색이나 컨텐츠형 서비스들에 들어가면 역시
페이지가 깁니다. 하지만 점차 중국의 웹사이트들도 서양의 것들과 닮아가는 경향이 있고, 향후에는 더 짧아질지도 모르죠.
현재
변화가 되어가는 과도기에 있기 때문에, 중국 서비스를 만드는 외국 기업의 디자이너들은 얼마만큼 서구화되는 것이 좋은가가, 더 좁게는 얼마만큼 페이지가
짧아져도 좋은가(거꾸로는 언제까지 긴 페이지를 유지해야하는 가)가 큰 숙제 중의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