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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글날에는 많은 한글 글꼴들이 쏟아져 나왔죠.

글꼴은 가독성이라는 요소 뿐 아니라, 때때로 사용하는 사람 측면에서 봤을 때는 개성을 나타내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마치 우리가 다른 사람의 글씨를 보고 누가 쓴 글씨인지 알아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래서, 싸이월드나 네이버 블로그 등 글꼴 판매를 통해서 각자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글꼴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요.

한편,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웹사이트의 경우에는 글꼴 적용에 있어서 선호도의 문제를 잠시 접어두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공공디자인이 보편적 디자인의 특징을 갖는 것처럼 글꼴도 보다 보편적이면서 개개인의 선호도 요인이 최대한 배제된 상태로, 글을 기록하는 도구 자체로써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것이 선택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미투데이에서는 조금 시험적으로 네이버의 나눔 글꼴을 적용하였는데요, 이전 맑은 고딕에 익숙한 사용자들은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고, 마음에 든다는 의견도 있고 선호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네요. 그 이유를 저는 오히려 나눔 글꼴에 친숙함이라는 디자이너의 개인적 선호 요인이 들어가서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개인적인 아이덴터티를 표현하는데에는 좋은 글꼴이 될수 있을지 모르지만, 공공 미디어 성격을 가지는 네이버나 미투데이와 같은 서비스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이번 한글 글꼴 발표 기사에 주로 인용된 굴림과 명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굴림체 모양은 일본에서 왔고, 명조체 이름은 중국에서 왔네"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정말 그렇다면, 고딕이란 이름 부터 바꿔야지요.

오히려 우리가 스스로 한글에 적합한 글꼴을 디자인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다는 게 더 의미있는 일이고, 한글의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 중요한 거에요. 보편적 디자인의 특징을 가져야할 사회적 글꼴에 한국 사람의 정체성을 찾고 한 사람의 서예가(서체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한국의 정체성을 담는 시도는 중요한 요소를 놓친 것 같아서 아쉬워요. 

미디어는 메시지다 - 마샬 맥루언

널리 사용될 수 있는 미디어일수록 메시지를 담으려고 하는 순간 미디어의 기능은 퇴색되는 것 같아요.

한국 사람들이 두루 편하게 쓸 수 있도록 세계 각국의 글꼴 디자인의 장점만을 받아들여서 보다 실용적인 한글 글꼴를 만들어서 제공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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